오늘(2013년 8월 9일) 오후 4시에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제3차 GTX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오늘도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경발연으로 갔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GTX 수요증대 방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GTX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인데 건설 후 막상 사람들이 충분히 이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에 부딛히게 됩니다. 그래서 사전에 제대로 된 수요증대 방안을 마련하여 개통과 동시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사업을 시행한 경기도나 국토부는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수요를 증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계환승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일입니다. 사실, 연계환승이 제대로 안 되면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이용할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고양시의 경우 킨텍스와 대곡 두 곳에 역이 들어설 예정인데, GTX가 아무리 빠른들 이들 역까지 가서 열차를 타는 데 30분 이상이 걸린다면 누가 이용하려 할까요? 그리고 환승 시스템이 나빠서 한 번 환승하려면 동네 야산을 등산하는 느낌이라면 힘들어서 아무도 환승을 하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공덕역 환승 시스템의 평면도입니다.
공덕역은 5호선, 6호선, 경의선, 그리고 공항철도가 환승되는 대형 환승역입니다.
그런데 공항철도에서 5호선을 환승하려면 평면상으로도 엄청난 거리를 걸어가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긴 거리를 가면서 오르내리는 계단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위의 그림을 보면 심지어 6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는 것도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이 역은 공덕역 6호선 역을 확장해서 경의선과 공항철도가 6호선 역과 공동으로 사용해야 맞습니다. 즉, 같은 플랫폼에서 6호선, 경의선, 공항철도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치 영등포역에서 부산 가는 열차와 광주 가는 열차를 한 자리에서 타듯이 말입니다. 그럴려면 6호선 공덕역 플랫폼을 복복선 플랫폼으로 확장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하철은 노선별 폐쇄형입니다. 즉, 타 노선과 철도 선로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 완벽하게 금지된 시스템이지요. 하지만 뉴욕의 지하철은 통합형입니다. 한 플랫폼에 1, 2, 3, 9번 열차가 다 서기도 하고, 또 가다가 헤어지기도 합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7번, 8번 애브뉴가 34가와 42가가 만나는 지점의 지하철역은 한 눈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노선이 정차합니다. 따라서 환승은 내가 내린 후 다음 갈아탈 열차가 오는 시간까지만 시간이 걸리고, 걷는 거리는 0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00년도 더 전에 건설한 뉴욕의 지하철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저분하고 낡아보이지만 그 시스템은 편리함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위 그림에서 보듯, 우리나라 지하철은 가장 최근에 건설된 노선조차 저렇게 환승이 어렵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오늘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신 최기주 교수님도 지금 같은 시스템이면 수요증대는 어림도 없다는 의견을 주셨답니다.
프랑스 파리의 RER 열차 역입니다. RER은 시속 약 130km/h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급행열차입니다.
RER은 파리의 지하철인 메트로와 거의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어서
지하철을 이용하여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최기주 교수님이 제안하신 연계환승 시스템의 모델입니다.
고양시의 대곡역을 모델로 채용하셨더라구요.
GTX와 광역버스, 도시철도, 그리고 자전거도로까지 환승 시스템에 편입시킨,
나름대로 세심한 연구를 한 환승 체계입니다.
그런데 이 모델의 문제는 환승역 주변을 대규모 부동산 개발지역으로 상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미 부동산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환승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엄청난 투자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부동산 개발을 하다보면 원래 목적은 환승역이었는데 나중에는 부동산 개발이 목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래서 환승이나 승객의 편리성보다는 부동산의 이윤 창출에 더 치중하는 설계와 운영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수원역과 영등포 역, 그리고 신촌역이라고 하겠습니다. 수원역사는 애경백화점에 역이 간신히 꼽사리 끼고 있고, 영등포 역도 롯데 백화점이 우선이고 지하 상가가 우선이지 승객이 우선은 아닙니다. 영등포 역에서 철도와 전철 사이 환승은 정말 욕이 나올 정도로 힘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 그림에 보이는 대로 개발을 한다면 대곡역 역시 역이 주인공이 아니라 주상복합 건물이 주인공이고, 지하 상가가 주인공이고, 주변 부동산의 상업적 이용이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설계 시작 때부터 정치권이 면밀하게 감시하고 관여해야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영등포 역이나 수원 역도 처음 설계할 때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조에 참여를 했다면 지금 같은 결과는 안 나왔겠지요.
환승시간 최소화, 대중교통시설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부동산 마피아들의 욕망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최기주 교수님이 예측한 수요모델입니다. 연계환승이 어떻게 계획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수요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GTX 노선에 용인경전철 등 13개 노선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환승될 때 69만 명,
여기에 성남경전철 등 16개 노선이 추가로 직접 연결될 때 86만 명,
그리고 연계교통체계 제안사업들이 반영되면 92만 명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네요.
이 수요예측을 보면 13개 노선이 연계환승 시스템으로 연결되어야 겨우 69만 명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13개 노선도 제대로 연결될 지 의문입니다. 만약 그것도 제대로 안 된다면 하루 수요가 60만 명도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기주 교수님 역시 GTX 사업에 굉장히 관대하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냉정함을 가지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수요를 분석하면 아무리 많아도 40만 명을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수요예측에서도 45만 명이 나왔는데, 이 국책기관의 수요예측 적중률이 51%인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사실은 25만 명도 안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계산한 바에 의하면 하루 20-30만 명 정도로 나오더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것도 과다계상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다음 자료를 보겠습니다. 세계 주요 통근열차 시스템의 하루 수요입니다.
SEPTA는 Southeastern Pennsylvania Transportation Authority 의 약자입니다.
TX는 Tsukuba Express의 약자입니다.
METRA는 Illinois Regional Transportation Authority의 통근열차 디비젼입니다.
BART는 Bay Area Rapid Transit 의 약자입니다.
RER은 Réseau Express Régional(Regional Express Network)의 약자입니다.
Septa는 총 153개의 역을 운영하고 총연장 720km에 달하지만 하루 승객 수는 12만 명에 불과합니다. TX는 츠쿠바 익스프레스를 말하는데 일본 수도권의 아키하바라 역과 츠쿠바 역을 연결하는 58km 거리에 20개의 역을 운용하는 통근급행열차를 말합니다. 하루 23만 4천 명이 이용하지요. METRA는 일리노이 주의 통근열차 시스템으로서 총 연장 780km에 하루 30여 만 명이 이용합니다. BART는 167km에 5개의 노선을 가지고 있으면서 44개의 역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루 승객은 37만 명 정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RER은 총 연장 587km에 257개의 역을 운용하고 있으며 하루 승객은 215만 명 정도 됩니다.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유명한 통근급행열차 시스템들 중 대표적인 것들을 위에서 예로 들었는데 이들 모두 GTX의 수요 예측 근처에도 못 가고 있습니다. 열차의 승객 이용은 역의 숫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것들 중에서 노선 길이에 비해 승객이 많은 것이 TX인데 이것도 역의 수가 20개에 달합니다. GTX가 약 150km 정도 노선에 23개의 역이란 점을 감안하면 예상 승객 수가 TX 정도나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에 그치리라 보아 무난할 것입니다.
RER 역시 GTX의 약 네 배의 총 연장과 10배가 넘는 역을 운용하면서 215만 명에 불과하므로 역시 이 비율을 GTX에 대입해도 20만 명이 조금 넘지요. 그런데 RER은 수 백 개의 파리 시내 메트로 역과 직접 환승이 되는 시스템이므로 모든 메트로 역이 RER 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접근성에 있어서 사실은 GTX의 열곱절을 훨씬 상회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GTX는 예상 승객이 최대 40만을 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는 30만 이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 승객 수로서는 운영비를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철도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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