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단상

박정희와 김일성(06/9/20)

맛있는돌김 2010. 2. 12. 22:43

박정희와 김일성은 서로 대비되는 점들이 많다. 서로 닮은꼴이거나 서로 극과 극의 대척점에 있거나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극과 극은 통한다는 점에서 그런 대척점들 역시 일종의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둘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등에 지고 살았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하나는 항일을 하면서 살았고 다른 하나는 이 제국주의의 침략을 자신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대척점에 있다.

이 둘은 하나가 일으킨 전쟁의 소용돌이 속을 살았다는 점에서도 같은데 그 안에서도 역시 또 하나의 인물은 상대가 일으킨 전쟁(여순반란도 일종의 전쟁이라면, 그리고 그 전쟁이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북쪽의 김일성이가 일으킨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에서 자신의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상호 밀접한 관련 속에 있다고 보겠다.

이 둘은 또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독재를 펼쳤다는 점에서 서로 붕어빵이다. 그런데 그 독재를 먼저 펼친 것은 김일성이고 박정희는 그 뒤를 따랐다는 점에서 김일성에게 한 수 뒤쳐졌다.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뒤쳐진 것은 참 많다. 물론 박정희가 김일성보다 늦게 정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박정희가 김일성이 하는 것을 많이 모방한 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먼저 김일성의 천리마운동을 보고서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둘째, 김일성이 추진했던 경제계획이란 것을(물론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경제가 계획경제이므로 그것이 김일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도입해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란 것을 수립 시행했다는 점이 일종의 모방일 것이다.

셋째, 김일성이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을 모방해서 박정희 역시 신격화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모방을 했다고 본다. 김일성은 항일독립운동이라는 과거 배경이 있으므로 자신을 스스로 신격화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지만 박정희는 그것이 없었으므로(있기는 커녕 친일에 공산주의에 남한에서 내세울 것은 고사하고 악조건만 가지고 있었다) 군인인 이순신을 신격화해서 그 군인이라는 신분과 자신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을 교묘히 접합해서 간접적으로 신격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넷째, 김일성처럼 영구집권을 획책했다는 점에서 역시 그를 철저하게 뒤따르고 있다. 유신 체제는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시 이 둘의 닮은 점을 찾아보자.

이 둘은 개발독재에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유명세를 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국가권에서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아주 성공적인 경제부흥을 일으킨 인물로서 60-70년대에 대단한 인기를 국제적으로 누렸다.

박정희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60-70불 시대에 정권을 잡아서는 경제계획이라는 김일성의 경제정책을 일정부분 차입해서 실시한 경제정책으로 서방권에서는 아주 모범적인 경제 부흥을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김일성은 그 경제부흥을 전체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체제를 만듦으로써 그의 신격화를 가속시키고 앞당길 수 있었던 데 반해서 박정희는 자신의 부정축재와 천민자본주의의 발전에 중점을 둠으로써 국가적 분열과 지독한 양극화 현상을 가져와서 조직적인 민중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이 점에 있어서 박정희는 철저하게 김일성의 대척점에 서 있다.

둘의 유사점은 그들의 최후에서도 감지된다.

김일성은 암살이라는 비참한 최후는 아니지만 동구권의 붕괴로 인해서 국가의 국제적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충격의 여파로 급사를 해야 했고 박정희는 자신이 저질러놓은 일을 감당하기 역부족을 느끼던 그의 측근에 의해서 암살당함으로써 급사를 해야 했다.


20세기 후반기를 풍미한 이 두 명의 독재자는 서로 매우 많이 닮기도 하고 또 서로 아주 다른 지점에서 서로를 노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북쪽은 여전히 김일성의 망령이 우리 민족의 삼분의 일의 삶을 짓누르고 있고 남쪽은 박정희의 망령이 여전히 우리 민족의 민주화와 친일청산과 복지국가를 향한 행진을 가로막고 있다.

역시 이들은 죽어서도 비슷한 역할을 우리 민족에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박정희를 그렇게 찬양하는 사람들이 김일성을 그렇게 미워하는 것은 왜일까?

박정희를 찬양하자면 김일성도 찬양해야할 것이고 김일성을 미워하려면 박정희도 같은 이유로 미워해야 마땅하지 않나?

게다가 사람은 항상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많을수록 더 욕도 많이 하고 평가도 극심하게 한다. 후세인의 독재를 나는 지극히 증오하지만 그러나 그가 박정희보다 더 심한 독재를 했다고 해서 박정희보다 더 밉지는 않다. 그냥 저 이라크라는 과거 세계문명의 발상지를 지독한 독재의 굴레속에 쳐넣은 한 잡종 인간이라는 정도의 생각 뿐이다. 그 인간 자체에 대해서는 미움도 증오도 없다.

하지만 난 박정희의 독재를 직접 겪었기에 후세인보다 수 십배 수 백배 박정희가 밉다.

그러니까 박정희에게는 김일성을 욕하는 강도의 열배 정도는 강하게 욕을 해야 그게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독재자에 비슷한 인생행로를 걸어온 자를 하나는 극단적으로 욕하고 다른 하나는 극단적으로 숭배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정신이상이 아니고서는 그런 행동과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박정희와 김일성, 이 두 사람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길이 남을 극악한 독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독재자가 우리 역사에 나타나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는 것, 그것이 이 두 사람에게서 배울 유일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

박정희 만세를 외치는 자들은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