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구형의 사고 모습입니다. 강한 충격을 받으면 어떤 차라도 견디지 못합니다.
뷰익 르 세이블이 거대한 트럭에 옆구리를 받힌 모습입니다. 아무리 튼튼한 세단이라도 대형 트럭에 부딪히면 장사 없지요.
안전에 관한 글이라 사고나 자동차 사진을 뒤늦게 올려봅니다.
위 그림은 충돌 테스트 결과 성적표인데, 글이 제대로 안 보이네요. 아래 설명에서 다시 큰 글자로 보여줍니다.
오늘은 자동차의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자동차의 안전성을 놓고 많이 부셔지는 차가 안전하다, 아니다 적게 부셔져야 안전하다는 등의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충돌 시나 사고 시 차량의 파손 정도보다는 실내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 가해지느냐가 안전성의 관건입니다.
예를 들어 버스와 승용차가 충돌했을 시 버스는 멀쩡하고 승용차는 박살이 나는데 이 때 파손 정도가 부상의 정도를 결정짓는다면 버스 승객들이 크게 부상을 입고 승용차 승객들은 멀쩡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이죠. 그 이유는 충돌 시 두 차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어느 쪽이 많이 가져가느냐에 부상의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톤 나가는 버스와 1톤이 나가는 승용차가 충돌했다고 가정합시다. 편의상 두 차의 속도는 시속 50킬로미터였다고 가정합니다. 20톤 버스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는 1000 킬로미터 톤이 되겠습니다. 1톤 승용차의 에너지는 50킬로미터 톤이 됩니다(이하 킬로미터 톤이라는 단위는 생략합니다.). 부딪치는 순간 버스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1000은 승용차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50을 흡수하고 950의 에너지를 갖습니다. 이 950의 에너지로 버스 20톤과 승용차 1톤을 버스 진행방향으로 몰고 갑니다. 그러면 두 차의 속도는 승용차 진행방향 반대쪽으로 시속 약 45킬로미터가 됩니다. 버스 승객들은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다가 45로 줄어든 정도의 충격을 받지만 승용차 승객은 50으로 달리다가 마이너스 45의 속도, 즉 순간적으로 무려 95킬로미터의 속도 변화를 경험합니다. 다시 말해서 버스 승객은 시속 5킬로미터의 속도로 자기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경험하는 반면에 승용차 승객은 시속 95킬로미터의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차가 충돌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또 충돌한 이후에도 자동차가 파손되면서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약한 충격이 오게 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버스 승객과 승용차 승객이 겪는 충격의 비율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입니다. 즉, 버스는 전혀 에너지 흡수 효과가 없어도 겨우 5킬로미터의 속도 변화밖에 겪지 않으니 실제로는 거의 충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래서 심지어 시속 50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고속에서 버스와 승용차가 사고를 일으켜도 버스 승객들은 그저 경상이나 입는 데 반해 승용차 승객은 죽거나 중상을 입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crash zone을 잘 만들고 충격흡수 설계를 잘 해도, 에어백을 아무리 많이 달아도, 큰 차와 작은 차가 충돌 시 작은 차의 승객이 엄청나게 더 큰 부상을 입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 차가 충돌 시 조금이라도 무게가 더 나가는 차의 승객이 무게가 덜 나가는 차의 승객보다 사망할 확률이 8분의 1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체급이면 무게가 훨씬 더 나가는 미국차의 안전성이 한국산이나 일제보다 그만큼 더 안전한 것입니다. 충돌 테스트에서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오고 좋은 성적이 나와도, 예를 들어 코롤라가 테스트에서 별 5개를 받아도 별 두 개 밖에 안 되는 대형 미국차(대형 미국차에 별 2개짜리는 없습니다만 있다고 가정할 때)와 충돌하면 코롤라 승객은 죽거나 크게 다치는 반면 대형차 승객은 경상도 입지 않을 확률이 큰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서는 벤츠나 비머 등보다 미국산 대형차들의 안전도가 더 높은 것이지요. 어차피 사고는 나는데 같은 체급이면 더 무거운 미국차가 더 안전한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게다가 요즘 미국 대형차들은 충돌 테스트 성적도 비머나 벤츠 못지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급수의 벤츠와 캐딜락이 충돌하면 벤츠 승객이 부상을 더 크게 입을 확률이 엄청 높습니다. 벤츠나 비머는 충돌을 하지 않도록 많은 안전장치를 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이려 하고 미국차는 충돌했을 시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를 개량해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세상에서 자동차 충돌사고라는 것이 없다면 비머나 벤츠가 안전도가 최고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비머나 벤츠가 아무리 브레이크를 잘 만들고 안전장치를 많이 만들어 달아도 여전히 차량과의 충돌사고는 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충돌했을 시 안전성은 미국차가 그 무게 때문에 더 안전함을 담보하는 것이지요.
제가 미국 있을 때 미국 보험협회에서 내어놓은 안전도 순위를 본 적이 있습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미국차 8개, 벤츠 하나, 볼보 하나 이렇게 순위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만약 토러스와 캠리와 그랜저가 충돌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가장 무거운 토러스가 절대적으로 안전한 결과가 나옵니다. 실제로 제가 미국서 고속도로에서 목격한 사고 장면인데, 당시 중형차였던 토러스와 혼다 시빅이 같은 진행방향으로 가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시빅이 차선을 바꾸고 들어가다가 사각지대의 토러스를 못 봤나봅니다. 토러스 왼쪽 펜더와 시빅 오른쪽 범퍼 부분이 서로 부딪쳤는데 토러스는 거의 흔들림도 없이 진행하는데 시빅은 퉁 튕겨져서 차선 하나 정도 옆으로 가더니 몇 바퀴 돌면서 간신히 갓길에 세우더군요. 토러스는 펜더도 찌그러진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고속으로 달리고 있다가 본 것이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토러스는 거의 손상이 없는 것은 확실했는데 시빅은 뒤 범퍼가 찌그러지고 트렁크 문이 열리고... 장난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안전도 테스트에서 비슷한 등급을 받아도(시빅도 안전도 테스트에서는 좋은 점수 받습니다.) 막상 실전에서 자기보다 큰 차와 부딪치면 그 안전성이란 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일제차는 부딪치면 엔진 양쪽과 밑면에 crash zone이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차가 약하기 때문에 이 설계가 빈약하면 사정없이 엔진실이 밀고 들어오기 때문에 차가 많이 부셔지면서도 승객은 안전하게 설계하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미국차는 충돌 시 크게 부셔지지 않아도 승객이 많이 안 다치는 것은 엔진실의 crash zone 이전에 이미 많은 충격 흡수 장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차는 일단 충돌하면 범퍼가 3중으로 충격을 흡수합니다. 범퍼 뒤에 유압 피스톤이 있어 이 유압이 먼저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지요. 물론 소형차도 이 유압 피스톤이 있지만 크기가 작아서 거의 형식적입니다. 반면 미국 대형차는 이 피스톤에서 흡수하는 충격도 상당합니다. 어지간한 충돌(시속 20키로 전후 정도)은 이 유압 피스톤이 다 흡수해 버립니다. 그래서 미국 대형차가 일제차 소형차 뒤에서 추돌하면 일제차는 트렁크까지 먹어 들어가도 미국차는 멀쩡합니다. 범퍼에서 그 충격을 다 처리해 버린 거죠.
이 유압 피스톤이 흡수하지 못한 에너지는 범퍼의 노출된 철판이 흡수합니다. 이 철판도 장난 아니어서 제가 휘어진 범퍼를 펴 보려고 5파운드 해머로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든 다음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쳐도 꼼짝도 안 하더라고요. 이 범퍼가 휘어지면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여기서도 흡수되지 않고 남은 에너지는 노출된 범퍼 뒤에 그것 못지않은 범퍼 프레임이 또 버티고 있다가 흡수합니다. 어지간한 충돌 에너지는 그래서 범퍼 선에서 끝을 봅니다.
제가 셰비 커프리스(보통 영화에서 경찰차로 쓰는 차입니다)를 시속 50마일(80킬로미터) 정도로 달리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그 속도에서 범퍼 찌그러지고 왼쪽 헤드라이트 깨지고 왼쪽 펜더 조금 찌그러지는 것으로 끝났어요. 사고 후 다시 시동 걸어 가던 길 계속 갔습니다. 물론 몸에는 전혀 아무런 이상 없었고요. 사고 후 나타나는 두통이라거나 근육통이나 어깨 뻐근함 등이 흔적도 없었답니다.
범퍼에서 해결 못한 에너지가 드디어 엔진 룸에 설치된 crash zone에서 흡수됩니다. 그리고 엔진 룸까지 개입해야할 정도의 사고이면 정면충돌이나 버스나 트럭과의 충돌 정도 되어야 그리 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약 100마일(시속 160키로) 정도의 속도로 달리다가 운전이 서툴러서(아마도 길을 잘 못 봤던 것 같아요) 약간 커브길에서 그대로 길 밖으로 날랐는데 차가 50미터 정도 날아간 다음 4-5바퀴 구르면서 섰어요. 운전석 쪽 유리만 깨어지고 유리도 안 깨어졌더군요. 당연히 차체는 별로 틀어지지도 않고 거의 멀쩡했습니다. 불행히도 운전자는 안전벨트를 안 매서 죽었습니다. 조수석 승객은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멀쩡하게 걸어 나왔습니다. 운전자는 얼굴을 심하게 운전대에 부딪쳐서 뇌진탕으로 죽었습니다. 그 차가 뷰익 커틀라스 수퍼림 72년형이었거든요. 에어백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자동차 충돌 테스트는 테스트를 한 차가 자기랑 동일한 차와 충돌했을 시의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는 항상 자기와 다른 차, 더 가볍거나 더 무거운 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00% 항상 그 테스트 결과대로 사고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전혀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돌 테스트 결과는 중요한 의미도 있습니다. 달리다가 나무에 부딪거나 멈춰 있는 대상을 받았을 때, 그리고 유사한 급수의 차와 충돌했을 때의 결과를 유추해볼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체급과의 충돌이라 할지라도 여튼 테스트 결과가 좋으면 그 비례대로 좋은 사고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캠리와 그랜저(미국명 아제라)와 토러스의 충돌 테스트 결과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정면충돌 시(운전석): 캠리 별 5, 그랜저 별 4, 토러스 별 5
정면충돌 시(조수석): 캠리 별 5, 그랜저 별 5, 토러스 별 5
측면 충돌 시(앞좌석): 캠리 별 5, 그랜저 별 4, 토러스 별 5
측면 충돌 시(뒷좌석): 캠리 별 5, 그랜저 별 5, 토러스 별 5
이상에서 보듯 캠리와 토러스는 모든 평가에서 별 5를 받았지만 그랜저는 두 곳에서 별 4개를 받았습니다. 이제 좀 더 상세한 수치로 들어가 보죠.
정면충돌 시(운전석 머리 부상 정도): 캠리 505, 그랜저 698, 토러스 335
정면충돌 시(조수석 머리 부상 정도): 캠리 522, 그랜저 389, 토러스 352
운전석 머리부상이 그랜저 상당히 높죠? 토러스의 머리 부상 수치는 같은 별 5개라도 캠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습니다. 조수석은 그나마 그랜저가 캠리보다 낫고 토러스에 근접하네요.
정면충돌 시(운전석 가슴 감속가속도): 캠리 41g, 그랜저 45, 토러스 38
정면충돌 시(조수석 가슴 감속가속도): 캠리 41, 그랜저 48, 토러스 36
감속가속도 분야에서도 그랜저가 단연 높습니다. 토러스가 가장 좋고요.
정면충돌 시(운전석 대퇴부 부하): 캠리 434kg, 그랜저 1,286kg, 토러스 767kg
정면충돌 시(조수석 대퇴부 부하): 캠리 470kg, 그랜저 734kg, 토러스 513kg
정면충돌 시 대퇴부(허벅지)에 걸리는 부하를 보십시오. 캠리가 단연 앞섭니다. 토러스도 상당히 높게 나오네요. 하지만 그랜저는 완전 죽음입니다. 허벅지 대퇴부 뼈에 무려 거의 1.3톤의 무게가 실립니다. 순간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수석은 상당히 좋아지네요. 조수석은 캠리와 토러스 별 차이 없네요.
측면충돌 시(앞좌석 목 충격도): 캠리 42, 그랜저 48, 토러스 46
측면충돌 시(뒷좌석 목 충격도): 캠리 55, 그랜저 46, 토러스 55
측면충돌 충격은 모두다 서로 비슷합니다.
측면충돌 시(앞좌석 골반 감속가속도): 캠리 57, 그랜저 75, 토러스 53
측면충돌 시(뒷좌석 골반 감속가속도): 캠리 51, 그랜저 65, 토러스 56
측면충돌 감속가속도는 그랜저가 상당히 높네요. 캠리와 토러스는 비슷비슷하고요.
이상에서 보듯이 수치상으로도 그랜저는 캠리와 토러스에 비해 상당히 안전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토러스와 캠리가 서로 부딪힌다면 캠리가 매우 불리한 결과를 보일 겁니다. 무게 때문에요. 그리고 토러스와 그랜저가 충돌했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안전도에 대한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이 정도에서 줄입니다.
*아고라 즐보드 자동차방에 올린 글입니다.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차 엔진과 일본차 엔진의 특성에 대해 한 마디 (0) | 2010.02.10 |
---|---|
일본차의 잔고장에 대한 신화 (0) | 2010.02.10 |
현대차의 미국가격 비교 (0) | 201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