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일기

제2차 GTX 세미나 참석

맛있는돌김 2013. 7. 29. 22:09

 

오늘(2013년 7월 29일) 경기개발연구원에서 GTX 관련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엄청 더운 날씨에 수원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갔더니 정말 땀이 온 몸에 배어들더군요. 그래도 제가 소속해있는 GTX 검증특위에서 경발연에 연구용역을 줘서 그 연구의 일환으로 하는 세미나라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전부 5회에 걸쳐 세미나를 하기로 했는데 지난 번 1회 때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참석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어코 참석하리라 마음 먹었지요.

 

오늘의 주제는 GTX의 기술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박정준 박사가 발제를 해 주셨습니다. 주로 역사와 환승 통로 설계를 개선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과 굴착공법을 보다 세밀하게 분류하고 최적의 방식을 적용해서 역시 공사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방재시스템과 차량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고요.

 

저는 질문할 것이 참 많았습니다. 여러가지 질문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차량문제였습니다.

 

 

 

 굴착공법의 하나로서 Slurry Shield TBM 이라는 방식입니다.

연약지반에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네요.

 

EPB Shield TBM 방식이랍니다. 강 밑을 통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TBM은 Tunnel Boring Machine의 약자입니다.

 

 

 GTX의 노선도입니다. 전체 23개의 역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편성당 승차인원과 차량 평면도를 보세요.

 

 

 

편성당 승차인원이 좌석 348석, 입석 480석입니다. 좌석보다 입석이 더 많은 구조이지요. 차량 평면도를 봐도 그렇습니다. 한쪽 면에 출입구가 세 개씩 있는데 출입구 앞에는 입석을 위한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즉, 현행 지하철처럼 입석 승객들로 가득 채우겠다는 발상입니다.

 

시속 180km/h로 달리다가 탈선을 하거나 사고로 급격하게 정차하게 될 경우 열차는 자동차와 달리 순간 정차가 안 되죠. 탈선을 해도 한 동안 미끄러지다가 정차합니다. 그 때 만약 5초 정도를 달리다가 정차한다고 가정하면 평균 감속 가속도가 10m/sec2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입석 480명의 맨 앞쪽 승객은 약 20여 명의 체중을 그대로 받게 됩니다. 평균체중 60kg만 쳐도 1.2톤의 무게를 지탱해야 합니다. 갈비뼈를 비롯해서 몸이 부셔져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탈선이나 충돌로 순간 감속 가속도가 평균보다 10여 배 더 받을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대충 잡아도 10여 톤의 무게를 감당해야 합니다. 아마도 중간쯤 승객부터 거의 다 압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소한 200여 명은 오로지 무게로 인한 압사로 사망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여타 다른 원인으로의 사망자까지 합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됩니다. 이런 차량 구조와 승객 수송 계획으로는 말입니다.

 

전세계 어디에서고 시속 100km/h가 넘는 속도의 열차를 입석 위주로 설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위험성과 편의성 때문이죠. 3천 원 이상 내고 타면서 서서 갈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역까지 접근하고 또 내려서 갈아타고 가는 것까지 합하면 최소한 편도 4-5천 원 정도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이지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경기도의 계획에 의하면 하루 330편을 운행한다고 합니다. 한 편이 1100명 정도를 수송하면 330 곱하기 110 = 36만 3천 명입니다. 하루 종일 열차가 최대 정원대로 태우고 운행해도 겨우 36만 여명만 수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타당성 예측에서는 하루 80만 명이 타야 겨우 B/C가 1을 넘습니다. 도무지 계산이 안 나오는 사업입니다.

 

만약 하루 승객이 36만 명밖에 없다면 요금을 최소한 6천 원은 받아야 합니다. 한 번 탈 때마다 6천 원을 내고 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결국 요금은 3천 원 정도로 고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GTX는 운영비를 최소한 50%는 재정에서 보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재정에서 보조할 경우 그 보조금은 적어도 3천 억원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매 년 3천 억원은 쓸 각오를 하기 전에는 이 사업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요.

 

결국 발제자나 다른 전문가들도 제 말에 일정정도 공감하면서 이 사업의 심각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도는 GTX 사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광역철도시스템을 한다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여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전혀 다른 개념의 철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지하를 달리는 다른 나라의 철도들도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 급행철도 정도의 열차를 운행하고, 또 기존의 지하철과 통합해서 운행하는 이유가 다 접근성과 비용의 문제 때문이지요. 프랑스 파리의 급행열차의 경우에는 일반 급행철도 정도로 운행하는 데도 3-40 km 정도 구간에 운임을 4-5천 원 정도 받습니다. 만약 파리에서 GTX 사업과 같은 고속열차를 운행한다면 아마도 운임이 만 원이 넘어설 것입니다.

 

앞으로 세 차례 세미나가 더 있습니다. 계속 중요한 포인트들을 지적하며 토론을 이끌 생각입니다.

 

 

경기도는 현재 전체 대중교통에 약 2천 억원 정도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이것 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워 죽을 지경인데 추가로 또 1000 억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중앙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인천시가 어느 정도 부담해 줄 때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