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일기

지방의원 공천제 토론회

맛있는돌김 2013. 4. 4. 23:35

 

오늘(2013년 4월 4일) 의회 일정도 무척 바쁜 날이지만 전체적으로도 참 바쁩니다. 의회 일정 다 끝난 후 고양시에서 또 하나의 일정이 남았기 때문이지요. 지방의원 공천제와 관련한 토론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토론자나 발제자로 나가는 것을 아니지만 지방의원 공천제는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인지라 참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행사는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에서 주최했습니다.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고양시에 있는 시민단체 30여 곳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연합체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무지개연대를 발족해서 선거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날의 토론회는 김미수 시민회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발제자로서는 강상우 스토리 채움 대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정치학박사), 그리고 김유임 경기도의원이 나섰습니다.

 

 

 김민문정 고양파주 민우회장이 일어서서 인사말을 하고 있습니다.

왼쪽이 김유임 의원, 그 다음이 서복경 박사, 강상우 대표, 그리고 김미수 대표입니다.

 

 강상우 대표는 정당공천제와 관련한 현황에 대해 객관적 입장에서 설명을 잘 해 주셨습니다.

실제 토론은 정당공천제 찬성자인 서복경 박사와 반대자인 김유임 의원 사이에 이뤄졌습니다.

 

 시민회 장대원 사무국장(왼편)이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김미수 대표가 발제자들을 소개한 후 강상우 채움 대표부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강상우 대표는 공천 반대자와 찬성자들의 입장을 정리해주셨습니다. 먼저 본인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이야기했네요. 그 내용을 보자면,

1. 지방선거 뿐만은 아니지만 투표하는 경향이 정당보고 투표하므로 정당공천제에서는 선거 정책이 실종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2. 공천제가 가져온 폐해로는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초단체장의 47%가 기소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지요.

 

3. 참신한 신인정치인의 등장이 정당공천제에서는 어렵다고 합니다.

 

4. 공천과정에서 비리가 만연합니다.

 

5. 지방선거의 시기 상 정권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가지게 되어 선거 이슈가 실종되는 폐단이 있다고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나름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정당공천 찬성론자들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고 합니다.

1. 책임있는 정치를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효과적이다.

 

2. 정당발전과 대의제 발전에 기여하여 정치발전을 가져온다.

 

3. 유권자에게 투표의 기준을 제시하여 선거에 도움을 준다.

 

4. 유능한 정치 인재를 발굴, 정치 신인의 중앙정치 진입을 쉽게 해준다.

 

5.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다. 집행부와 의회의 상호 견제로 인해...

 

6. 상급 단체장과 교섭 시 훨씬 효과적이다(두 단체장이 같은 정당일 경우).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기초단체는 지역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중앙정치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2. 국회의원에게 예속되는 현상을 초래한다(공천 절차의 투명하지 못함으로 인해).

 

3. 동일 정당 소속의 단체장을 견제하지 못한다.

 

4. 능력있는 지역정치인의 등장을 방해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힌다.

 

아울러 해외사례도 들었습니다.

1. 미국: 정당공천 인정하기도 하지만 기초단체장의 경우 81%가 공천을 안 받는다.

 

2. 영국: 정당 참여가 필수적이다.

 

3. 프랑스: 정당 참여를 폭넓게 인정한다.

 

4. 독일: 의회는 비례대표제이며 따라서 정당의 참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중앙당의 지방 간여가 거의 없다.

 

5. 일본: 정당공천이 있지만 무소속이 대세이다.

 

 

강상우 채움 대표의 발표 후 서복경 박사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중앙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정당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어서 정당중심 정치를 찬성하기가 곤혹스럽기는 해도 정당제도를 찬성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지더군요.

 

1. 현재 발생하는 문제가 특정제도 때문인가?

 

2. 그 특정제도를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이 두 물음에 대해 그녀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890-1910년 사이에 기초단체 정당 공천에 대한 회의가 지배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매우 대동소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무공천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Populist Party를 비롯한 소수당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당 공천이 없어지자 후보가 난립하게 되고, 그들 중에서 조직과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당선되었는데, 그들은 주로 다수당을 통해 앞으로의 정치적 경력 발전을 도모하려함으로써 상급 단위로 진출할 때, 그리고 평소에도 비공식적으로 다수당과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소수당은 지역별로 일정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가 점차 발판을 잃어버리고 소멸되는 운명을 맞았다는 것이 정치학계의 분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설득력 있는 분석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러서 당선되는 사람들은 결국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새누리당 아니면 민주통합당에 비공식적으로 줄을 서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경향성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단기간 내에 소수당은 지방정치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지방의 기반이 없는 중앙정치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서복경 박사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선거운동기간을 14일로 날짜를 정해놓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는 기간과 내용,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렇게 기간과 내용을 규제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본은 정치활동을 가급적 못하게 하기 위해 1944년 도입했다고 합니다. 정해진 기간 외에는 선거운동을 못하게 하면 현역이 아닌 정치인들은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정치적 활동이 사전 선거운동이 될 테니까요.

 

미군정이 이 제도를 없앴지만 기간제한은 다시 부활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성향이나 정책적 방향 이런 것들을 제대로 검증하고 공부할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서복경 박사는 우리나라 지방선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선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급선무라고 합니다.

 

1. 동시지방선거 제도를 고쳐야 한다. 한 번에 6-7 명의 선거를 하는 것이 지나치게 무리이다(정당투표까지 고려하면 8-9개). 단체장과 의원을 분리해서 선거하든지 아무튼 한꺼번에 여러명을 뽑는 제도는 고쳐져야 한다.

 

2.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3. 지역정당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활성화한다면서 지구당도 못 만들게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지역정당 설립요건만이라도 완화해야 한다.

 

 

김유임 의원은 과거 정당공천이 허용되지 않았을 때 정치신인들이 대거 기초단체 의회에 진입한 사례가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의회정치에서 정당이 가져오는 여러가지 문제점과 폐해를 소개했습니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복경 박사의 물음대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남게 되고, 설사 이런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되더라도 더 많은 다른 문제들을 야기시킬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또 본인도 정당공천제가 없어지면 여성할당제로 인해 여성들이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할 수 있던 관문 하나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큰 숙제가 남은 셈이지요. 이렇게 발제가 끝나고 토론시간으로 넘어갔습니다.

 

 

 기자들도 취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권명애 전 시민회 대표도 열심히 노트북 컴퓨터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좀 가까이서 찍었습니다.

왼쪽부터 권명애 전 시민회 대표, 장대원 시민회 사무국장, 이재정 시민사회연대회의 간사입니다.

 

 

 

질문을 하라고 해서 제가 발언을 한 번 했습니다.

 

우선 토론을 들은 소감으로서는 서복경 박사 말씀대로 지금의 문제가 정당공천제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설사 정당공천제가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고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그것을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마치 자동차 사고라는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자동차를 없앨 것이 아니라 안전규정이나 제도나 장치를 개선하거나 만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듯이 정당공천제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찾는 게 옳다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은 그 경우가 많이 다르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절대다수의 기초단체가 인구 2-3만명 정도의 소규모 도시입니다. 이런 소도시의 경우에는 굳이 정당의 정책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소도시 인구의 정치적, 경제적 구성이 매우 획일적이어서 일당이 휩쓸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다만 시카고,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처럼 대도시의 경우에는 그 구성이 다양해서 정당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들 도시는 정당공천이 확실하게 작동합니다.

 

따라서 인구 10만 이하의 소도시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 실정과 미국 실정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2-3만의 소도시는 정말 살림 잘 사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서 박사에게 앞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 우리나라 정치발전, 특히 정당정치 발전을 위해 특단의 정책을 제시하자면 어떤 것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똑 부러지는 답변은 안 하더군요. 나름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말하기가 곤란한 것 같았습니다.

 

한계는 분명한 토론회였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수확이 아주 큰 좋은 토론회였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측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