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 엔진과 일본차 엔진의 특성에 대해 한 마디
캠리 94년식 앞바퀴 컨트롤 암입니다. 무게 6.6파운드입니다.
역시 94년식 셰비 루미나 컨트롤 암입니다. 7.2파운드입니다.
루미나(지금은 단종됨)와 캠리는 동급의 차입니다. 그런데 컨트롤 암의 무게는 캠리보다 약 10%정도 더 무겁습니다. 모든 부품이 일본차보다 미국차 부품이 더 무겁고 크고 두껍습니다. 이런 차이는 사고시 그대로 효과를 발휘해서 안전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엔진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애초에 일본 차를 베꼈기에 엔진도 일본차 엔진의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적은 배기량에 고성능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지요.
반면 미국차 엔진은 내구성과 정숙성, 그리고 신뢰성에 바탕을 둔 설계를 합니다.
그래서 오버헤드 캠 엔진을 만든 것도 미국이고 더블 오버헤드 캠 엔진을 개발한 것도 미국이지만 이런 엔진의 도입을 가장 늦게 한 것도 미국 자동차 회사입니다. 즉, 미국차는 90년대 중반까지 오버헤드캠보다는 푸쉬로드 엔진을 선호합니다. 왜 그럴까요?
오버헤드 캠 엔진의 장점은 실린더 밸브를 열어주는 캠이 실린더 해드 바로 위에 있습니다. 캠이 돌면서 직접 밸브를 열어주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엔진 회전과 밸브 타이밍이 매우 정확합니다. 그러므로 엔진 회전수를 7-8000까지 올려줄 수 있습니다. 반면 푸쉬로드(pushrod) 엔진은 캠 축이 엔진 밑 크랭크 축 바로 곁에 있습니다. 그래서 캠이 작동하면 이 캠에 푸쉬로드라는 막대기가 밀려올라가고 이 막대기가 다시 지레를 움직여서 배기 및 흡기 밸브를 여닫습니다. 따라서 캠 축의 움직임이 몇 단계 기계적 절차를 거쳐서 밸브를 여닫기 때문에 캠축의 운동, 즉 엔진 크랭크 축의 운동과 밸브의 여닫음 동작 사이에 시간적 오차가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엔진 회전수가 고속으로 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엔진의 최대 회전수가 4000 정도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더블 오버헤드 캠 엔진은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를 위한 캠 축이 두개인 일반 오버헤드 엔진에 캠 축을 각각 두개씩 전부 네 개를 얹은 겁니다. 그래서 흡기 밸브 두개, 배기 밸브 두개 총 네 개의 밸브가 장착됩니다. 그래서 배기와 흡기를 빠르고 쉽게 해서 엔진의 출력을 높여줍니다.
이상과 같은 오버헤드 캠 엔진의 장점이 있고(저배기량으로 고출력을 낼 수 있다는 점) 더블 오버헤드 캠은 더 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런 엔진을 먼저 개발해서 선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차들은 이 엔진을 시큰둥하게 대했을까요?
그것은 소음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오버헤드 캠 엔진은 실린더 헤드에서 캠이 작동하므로 캠 작동 소음이 바로 위로 튀어 나옵니다. 반면에 푸시로드는 엔진 저 깊은 속에서 캠축이 돌면서 캠이 작동하므로 소음이 죽습니다. 그래서 푸시로드 엔진은 엔진이 돌아갈 때 마치 전기 모터 돌아가듯 조용히 돌아갑니다.
둘째로 푸시로드는 신뢰성이 높습니다. 푸시로드는 캠 축을 체인이 돌려줌으로써 거의 영구적으로 수명이 갑니다. 제가 푸시로드 엔진 차로 40만 키로 넘게 탔는데 한 번도 체인 갈은 적이 없습니다. 반면에 초기 오버헤드 캠은 체인의 조금 느슨하고 늘어지는 특성상 크랭크 축에서 엔진 헤드까지의 긴 거리를 구동하면 밸브 타이밍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타이밍의 정확도가 생명인 캠 구동에서 체인을 사용해서 그 정확도가 떨어지면 푸시로드를 버리고 오버헤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초기의 오버헤드 엔진들은 탄탄한 고무 벨트로 캠축을 구동시켰지요. 그런데 이 고무 벨트는 2-3만 마일을 달리면 느슨하게 늘어나서 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3만 마일마다 엔진을 일부 분해해야 하는 중정비를 한다는 게 못마땅했던 거지요.
또 사막이나 초원을 달리다가 고무 벨트가 끊어지는 사고라도 나면 이건 죽음이거든요. 그래서 미국 회사들은 망설이고 망설이며 이 오버헤드 캠(OHC)과 더블 오버헤드 캠(DOHC) 엔진의 적용을 늦추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버헤드 엔진도 기술의 발전으로 체인을 쓸 수 있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 엔진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자~ 여기서 미국차와 일본차의 출력상 차이가 납니다. 엔진의 마력 수는 엔진 회전수에 거의 비례합니다. 엔진을 설계할 때 최고 3000 회전으로 설계하고 이 때 100마력의 힘이 난다면, 이 엔진을 회전수 6000으로 올리면 바로 200마력의 출력이 납니다.
엔진 마력은 토크 곱하기 회전수입니다. 그러니 회전수가 곱절로 늘어나면(이론상 토크 특성이 일정하다고 하면) 마력수가 곱절이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오버헤드 캠 엔진들은 4000이나 7000이나 토크가 거의 비슷합니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버젼을 내 놓을 때 엔진 성능 개선이라는 생색을 내면서 하는 짓이 최대 회전수를 조금 증가시키는 겁니다. 6500이던 최대 회전수를 7000으로 증가시키면 약 10%의 마력수 증가가 나옵니다.
그런데 푸시로드 엔진은 위에서 설명드린 대로 최대 회전수가 제한됩니다. 4000을 넘어서면 푸시로드의 특성상 토크가 급격하게 감소하여 별로 출력 증가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같은 3000 cc 엔진이라도 일본차가 200마력의 힘을 내면 미국의 푸시로드 차는 150마력 밖에 안 나옵니다. 그래서 미국차 사양이 거지같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힘이 딸린다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토크를 보세요. 미국차 푸시로드 3000 짜리나 일본차 오버헤드 캠 3000짜리나 별 차이 없습니다. 그리고 오버헤드 캠 엔진도 6-7000회전까지 가능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 돌립니다. 기껏해야 실용적인 회전수가 4천 정도입니다. 그 넘어서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에어컨 컴프레서도 회전수 변화가 너무 심하면 문제가 생기고요, 얼터네이터, 워터펌프, 파워스티어링 펌프 등 엔진에 붙어서 엔진 회전수에 연동되어 돌아가는 모든 부품들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최대 4000회전만 하는 엔진에 붙은 에어컨 콤프레서(즉, 7-800공회전에서 최대 3000이상 회전 안 하는 엔진에 붙은)와 최대 7-8000회전하는(공회전 7-800에서 최대 6-7000회전하는 엔진에 붙은) 엔진에 붙은 에어컨 콤프레서와 어느 쪽에 잘 견디겠습니까! 그래서 DOHC 엔진들도 실용적인 회전수는 잘 해야 4000 정도입니다.
한국차와 일본차는 시속 100키로로 달리려면 엔진이 대체로 2500회전 정도 합니다. 미국차는 1500정도 해요. 1500에서 차를 시원하게 잘 냉방하도록 설계된 에어컨 컴프레서와 2500정도에서 시원한 성능을 내는 컴프레서 중에서 공회전 7-800에서 어느 쪽이 에어컨이 잘 될까요? 물론 최대 최저 차이가 거의 절반 밖에 안 되는 미국차겠지요. 그래서 미국차는 시동만 걸어도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고 국산차나 일제차는 좀 달려야 에어컨이 제대로 되는 겁니다.
그리고 최대 마력수는 일제차나 한국차가 높지만 실제 실용적인 엔진 회전 구간에서의 마력수는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그만 차이를 미국 자동차는 배기량을 높여서 해결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국차의 배기량이 높은 겁니다. 그리고 배기량 높은 것에 비하면 연비가 의외로 좋은 것은 회전수가 낮아서 실제 사용 연료는 배기량에 비례해서 높아지지 않아서이고요.
배기량이 높으면 공회전시는 그 배기량에 비례해서 연료를 먹습니다. 그래서 공회전이 많은 시내 주행시에는 미국차의 연비가 나쁘게 나옵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운행시에는 회전수가 낮아서 열효율이 좋아 오히려 연비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죠. 즉, 더 무거운 차인데도 가벼운 일제차나 국산차만큼 고속도로에서는 연비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진정으로 엔진의 힘을 비교하려면 마력수보다는 토크를 비교해야 합니다. 국산차와 일제차가 뻥마력 뻥연비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소나타가 마력수는 165마력이 나오는데 3000cc 토러스의 145마력 엔진에게 가속력에서 형편없이 떨어지는 이유는 토크에서 비교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 오르막에서 소나타가 토러스 구형 3000에게 쭉 뒤로 밀리는 것도 토크가 약해서 오르막을 치고 올라갈 힘이 없어서입니다. 말이 165마력이지 실제 사용하는 회전수 구간인 2500-3000 정도에서는 100마력 정도 밖에 안 나오는 것이지요. 반면 토러스 3000 짜리는 3000 회전 정도만 되어도 130마력 정도 나옵니다. 그러니 뻥연비 뻥마력이라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링컨 타운카의 4.5나 4.6 엔진이 렉서스 ES350보다 아마도 마력수는 덜 나올 겁니다. 그래도 링컨 타운카가 렉서스보다 훨씬 힘 좋고 훨씬 더 잘 달립니다. 또 적은 회전수 차이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열효율이 일정해서 고속으로 달려도 배기개스가 훨씬 덜 나오고요, 정속주행 시 연비도 아주 좋게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가 DOHC이기 때문에 미국차들도 고유의 특성을 보여주는 푸시로드 엔진을 버리고 DOHC로 가고 있는 중이지요. 링컨 타운카 타고 고속도로 달려보십시오. 정말 조용하고(엔진소리 전혀 안 들립니다) 편안합니다. 캐디(캐딜락)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자동차의 엔진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셨겠지요.
마력수보다는 토크를 보고 그 토크도 토크 특성곡선을 봐서 전체 회전수에서 고른 토크가 나오는 엔진이 좋은 엔진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DOHC라도 최고 회전수가 낮은 엔진이 좋은 엔진입니다. 높은 회전수는 뻥마력을 보여주기 위한 술수일 따름입니다.
*아고라 즐보드 자동차 방에 게시한 글입니다.